* 냉장고 안에도 지구를 위한 실천이 있다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게 텀블러, 장바구니, 고체비누 같은 아이템이죠.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매일 여는 냉장고 안은 괜찮을까?"
저는 예전부터 ‘냉장고 속 장 보기’를 정말 못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주말에 대형마트에서 장을 잔뜩 본 다음, 정작 요리할 땐 늘 뭔가가 없거나, 쌈채소는 한두 번 먹고 시들어버리고, 소스류는 유통기한 지나서 버리고. 그렇게 음식물 쓰레기가 매우 꾸준히 나왔습니다. 애초에 계획 없이 산 식재료들이 냉장고 속에서 조용히 상하거나 사라지고 있었던 겁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열고 닫는 냉장고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을까요?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도 작은 변화를 추구하는 제가 실천하고 있는 방법들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 작은 변화로 큰 변화 만들기!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소개
작은 변화 ① : '있는 재료로 요리하기'
예전에는 한 번에 장을 왕창 봐두는 게 경제적이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늘 채소가 시들거나, 쓰다 남은 반 개의 양파처럼 애매한 재료들이 냉장고에서 방치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대량으로 사지 않고, 매일 운동 삼아 마트나 시장에 장바구니 하나만 들고나가 그날 먹을 만큼만 사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사실 매일매일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라 2~3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을 고려하여 많은 양을 사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재료가 생기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남은 식재료는 소분해서 냉동 보관해 두고, 주말쯤에는 냉장고를 털듯이 남은 채소들을 꺼내 이것저것 볶고, 끓이고, 섞어서 한 번에 다 소진합니다. 사실 다 같이 모아서 볶는 것은 간편하기도 해서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는 기쁜 마음도 드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이런 습관이 생기고 나니 식재료 낭비도 줄고, 계획 없이 사는 일이 아주 많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작지만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냉장고 속 제로웨이스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 이쯤에서 한 번쯤은 다들 고민해 봤을 문제!
“원재료를 사서 다 못 쓰고 음식물 쓰레기를 만드는 나 vs 포장된 밀키트를 깔끔하게 다 먹는 나” 뭐가 더 나을까요?
이런 밸런스 게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다음 포스팅에서도 여러 가지를 다뤄보려고 하는데요, 그전에 어떤 것이 나을지 맛보기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비교 항목 | 원재료 사서 음식물 쓰레기 남기는 나 |
포장된 밀키트를 다 먹는 나 |
음식물 쓰레기 | 남기면 발생 | 거의 없음 |
포장 쓰레기 | 상대적으로 적음 | 매우 많음 (플라스틱 다수) |
쓰레기 분해 가능성 | 껍질, 자투리 등은 퇴비화 가능 ♻️ | 플라스틱은 재활용 어려움 ❌ |
지속가능성 | 로컬푸드일수록 탄소발자국↓ | 공장 생산 및 유통으로 탄소↑ |
원재료는 다 못 먹더라도 퇴비화가 가능하고, 포장도 비교적 단순한 경우가 많아요. 반면, 밀키트는 음식은 다 먹지만 쓰레기가 오히려 더 많이 남고, 그 쓰레기들은 대부분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아요.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밀키트가 좀 더 경제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본인의 상황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구매하고 가능한 "원재료를 사고, 남기지 않게 요리하는 기술을 익히자!"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완벽하진 않아도, 조금 더 지구와 가까운 선택이랄까요. :)
작은 변화 ② : ‘보관 방식 바꾸기’
또 한 가지 바꾼 건 보관 방식이에요. 예전엔 비닐봉지째로, 포장 그대로 넣어놓았는데요. 요즘은 유리병이나 지퍼백에 담아두고 있어요. 특히 냉동할 땐 종이호일로 감싸고, 지퍼백에 넣어 라벨까지 붙여두니 뭐가 들어있는지 한눈에 보여서 훨씬 덜 버리게 됐습니다. 무엇이든 눈앞에 보여야 더 잘 활용하게 됩니다. 옷도 그렇고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변화 ③ : ‘남김없이 쓰는 레시피’ 찾기
요즘은 식재료를 고를 때 "이거 두 가지 이상 요리에 쓸 수 있나?"를 먼저 생각합니다. 남은 감자는 감자채볶음 + 감자탕으로, 당근은 나물무침 + 볶음밥에 넣는 식으로요.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자투리 채소 활용법'을 찾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돼요. 다 귀찮다면, 채소를 모두 잘게 썬다음 얼려서 볶음밥 재료로 쓰기 위해 냉동실에 얼려둡니다.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만능 야채조각이 완성됩니다.
그 밖에
- 장보기 전 냉장고 열어보고 필요한 재료만 메모하여 장보기
- 남은 식재료는 눈에 보이게, 유리병이나 지퍼백에 보관하기
- 냉동 전에 라벨 붙이기 – 날짜와 재료 적어 눈에 잘 보이게 하기
- ‘한 가지 재료, 두 가지 요리’ 가능한 조합 찾기
*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건 '기술'보다 '습관'
제로 웨이스트라고 해서 거창한 기계나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늘 지향하는 것은 거창하고 완벽한 것이 아닌 오늘 그리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입니다. 실천을 한 다음에는 그것이 습관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냉장고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재료 먼저 쓰고, 남기지 않는 식단을 짜는 ‘생활습관’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 때까지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런 작은 습관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뿐 아니라 장 보는 비용도 아껴줘요. 그리고 식탁 앞에 앉았을 때, “오늘은 냉장고 탈탈 털어 만든 볶음 요리야!”라고 말하는 뿌듯함이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는 완벽함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저는 여전히 가끔 유통기한 지난 소스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요. ^.ㅜ 하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조금씩 냉장고와 더 친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냉장고, 지금 어떤 모습인가요?
오늘 하루, 냉장고 문을 열고 작은 실천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